우리는 우리와 다른 종인 강아지의 오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실 애초에 우리가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의 오감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어떤 신체 반응이 일어날 때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더라도 병원 등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강아지의 의사 표현은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기다리는 상황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고요.

꼭 이런 심각한 예시로 흐르지 않더라도, 그냥 우리 개에 관해서라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알고 싶으니까. 그래서 강아지는 보통 세상을 어떻게 (사람과 다르게) 느낄까.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 봅니다. 그래 봤자 제가 동물 관련이나 의학, 심리학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책을 참고하는 얄팍한 수준이니까 재미로 봐 주세요!

미국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What Is It Like to Be a Bat(박쥐로 산다는 것)’이라고 이름 붙인 아티클을 통해 뇌과학(Neuroscience)을 통해서는 결코 박쥐의 감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박쥐의 뇌에는 박쥐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에 관한 정보도 들어 있지 않다고 했죠. 그런데 그 이유는 바로, 애초에 이 학문이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고, 철저히 실험 주체인 인간 관점으로 실험 객체 박쥐를 볼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는 박쥐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사실 강아지도 비슷하죠. 우리는 인간 입장에서, 철저히 인간 필터를 끼고 강아지를 볼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인류의 미래를 풍자적으로 그린 드라마 〈이어즈&이어즈〉 속 설정처럼, 시술 같은 걸 받아서 자신이 인간이 아닌 존재(이를테면 강아지)가 됐다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먼이 등장한다고 해도, 이들의 출발점이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할 수 없다고 봅니다.

드디어 이번 주제인 강아지 청각에 관해 이야기할 차례예요. 강아지의 청각이 이러이러할 것이다, 하는 데이터는 인간의 청각과 비교해 추산한 것이니 이 인간 필터를 적당히 참고해 알아 두면 좋습니다.

강아지는 보통 청각이 매우 예민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몇 배다, 같은 수치로 접하는 건 사실 실제 감각을 가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봐요. 대신 이 ‘예민함’을 한번 이렇게 설명해 볼게요. 우리가 넘어지거나 긁히거나 해서 피부가 벗겨지면 그 안의 연한 살이 바깥으로 드러나면서 매우 따갑고 거슬리잖아요? 어쩌면 청인(청각을 사용하는 신체적 특징을 가진 사람) 중심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사람보다 훨씬 더 예민하게 청각을 쓰는 강아지에게는 일상의 많은 자극이 이렇듯 따갑고 거슬리게 느껴질지도 몰라요.

그런데 이렇듯 강아지들이 보통 청각이 예민하다 보니, 우리가 돌아다니는 발소리를 멀리서 감지하기도 하고 우리인 걸 알아보고 미리 문 앞에서 들어오길 기다리기도 한대요. 그러고 보면 우리 사람들도 가끔, 발소리만 듣고 왠지 내가 아는 사람 발소리 같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나요? 저는 가끔 그럴 때가 있거든요.

우리 개가 눈치 채지 못하게 집 근처를 지나야 할 일이 혹시 생기거든 평소보다 발소리를 죽이고 조심히 지나가세요. 우리 발소리를 알아듣고 미리 문 앞에 마중 나왔다가 실망할지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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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What It’s Like to Be a Dog by Gregory Berns